입체화학
오른손 장갑은 왼손에 맞지 않는다. 손과 그 거울상은 모든 부분이 똑같지만 아무리 돌려도 포개지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 하나에 서로 다른 네 원자단이 붙은 분자도 똑같다. 원자의 연결 순서는 같은데 공간 배치만 거울상인 두 분자, 즉 거울상 이성질체는 녹는점·끓는점·IR 스펙트럼이 모두 같지만 편광면을 반대로 돌리고, 효소·수용체·키랄 크로마토그래피 칼럼처럼 그 자체가 키랄한 환경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이 장에서는 분자를 3D로 돌려 거울상이 포개지지 않음을 직접 확인하고, CIP 순위 규칙으로 R/S와 E/Z 이름을 붙이고, 입체 중심이 여럿일 때 생기는 부분입체 이성질체와 메소 화합물, 피셔 투영, 광학 활성과 거울상 순도, 라세미 혼합물의 분할, 그리고 질소·인·황의 입체 중심까지 다룬다.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 속 몇 % 남짓한 키랄 도펀트가 액정 분자를 나선으로 꼬는 원리도 같은 입체화학이다.
- 대칭면·반전 중심이 있는지로 분자의 키랄성을 판정하고, 입체 중심을 찾아 최대 입체 이성질체 수 \(2^n\)을 센다.
- CIP 순위 규칙(원자 번호, 첫 차이점, 다중 결합의 중복 원자, 동위원소)으로 치환기 순위를 매기고 쐐기 구조식과 3D 모형에서 R/S를 정한다.
- 거울상 이성질체·부분입체 이성질체·메소 화합물을 구별하고, 피셔 투영을 쐐기 구조식으로 바꾸며 두 기 교환과 회전의 규칙을 쓴다.
- 비광회전도 \([\alpha]=\alpha/(l\,c)\)와 거울상 초과율(ee)을 계산하고, 라세미 혼합물을 부분입체 이성질체 염과 키랄 크로마토그래피로 분할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 고리 화합물의 시스·트랜스와 R/S의 관계, 알켄의 E/Z 명명법을 익히고 시스·트랜스 표기가 모호한 경우를 E/Z로 정리한다.
- 질소·인·황 입체 중심의 반전 장벽으로 분할 가능성을 판단하고, 키랄 도펀트의 나선 비틀림 힘으로 액정의 나선 피치 \(p=1/(\mathrm{HTP}\cdot c)\)를 계산한다.
키랄성과 거울상 이성질체
분자식이 같은데 구조가 다른 화합물을 이성질체(isomer)라 한다. 원자가 연결된 순서부터 다르면 구조 이성질체(constitutional isomer)다. 1-뷰탄올과 다이에틸 에터(둘 다 C₄H₁₀O)가 그 예다. 연결 순서는 같고 원자의 공간 배치만 다르면 입체 이성질체(stereoisomer)다. 3장의 뷰테인 안티·고셰 형태처럼 단일 결합 회전만으로 바뀌는 배치는 형태이고, 상온에서 서로 바뀌지 않아 따로 떼어 병에 담을 수 있는 입체 이성질체는 결합을 끊었다 다시 이어야만 바뀐다. 이 장은 이 두 번째 종류를 다룬다. 입체 이성질체는 다시 서로 거울상인 것과 거울상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
거울에 비친 모습과 포개지지 않는 물체를 키랄(chiral, 그리스어 cheir = 손)하다고 하고, 포개지면 아키랄(achiral)하다고 한다. 손·나사·나선 계단은 키랄하고, 공·컵·망치는 아키랄하다. 키랄한 분자와 그 거울상의 관계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 한다. 거울상 이성질체 한 쌍은 원자 간 거리와 각도가 모두 같으므로 에너지·녹는점·끓는점·용해도·IR과 NMR 스펙트럼이 같다. 다른 것은 두 가지뿐이다. 편광면을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로 돌린다(4절). 그리고 다른 키랄 분자와 만났을 때 반응 속도와 결합 세기가 다르다.
분자의 어떤 형태든 대칭면(mirror plane, σ)이나 반전 중심(center of inversion, i)을 가지면 그 분자는 아키랄하다. 둘 다 없으면 거의 언제나 키랄하다(엄밀한 조건은 회전 반사축 \(S_n\)이 없는 것이다. 대칭면은 \(S_1\), 반전 중심은 \(S_2\)이다).
키랄성의 가장 흔한 원인은 서로 다른 네 원자단이 붙은 sp³ 탄소다. 이런 원자를 입체 중심(stereocenter) 또는 키랄 중심(chirality center)이라 한다. 입체 중심에서 아무 두 기를 맞바꾸면 거울상 이성질체가 된다. 2-뷰탄올의 C2에는 H, OH, CH₃, CH₂CH₃가 붙어 있어 입체 중심이지만, 2-프로판올의 C2에는 CH₃가 두 개라서 H–C–OH 평면이 분자를 거울상 두 쪽으로 나눈다. 입체 중심이 정확히 하나인 분자는 반드시 키랄하다. 입체 중심이 둘 이상이면 키랄하지 않을 수도 있다(3절의 메소 화합물).
정말로 포개지지 않는지는 분자를 돌려 보면 안다. 아래 모형은 입체 중심에 붙은 네 원자단을 각각 색 공 하나로 줄였다. 왼쪽이 원래 분자, 오른쪽이 거울상이다.
CHBrClF(브로모클로로플루오로메테인)의 거울상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면, 원래 분자와 네 원자가 모두 같은 자리에 오도록 포갤 수 있을까?
거울상 포개기 도전
분자 안에서 입체 중심을 찾는 연습을 해 보자. 고리 탄소는 고리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지는 두 경로를 끝까지 비교해야 한다. 양쪽 경로가 같으면 그 탄소는 입체 중심이 아니다. 4-메틸사이클로헥산올의 C1이 그렇다. 시스·트랜스 이성질체는 있지만(5절) 입체 중심은 없다.
박하의 향 성분 멘톨(2-아이소프로필-5-메틸사이클로헥산올)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입체 중심은 몇 개이고, 입체 이성질체는 최대 몇 개인가? 4-메틸사이클로헥산올과 비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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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CH₂, CH₃, 이중·삼중 결합 탄소, 평면 sp² 탄소는 건너뛴다. ② 남은 sp³ 탄소에서 H가 하나면 나머지 세 기가 서로 다른지만 본다. ③ 고리 탄소는 양쪽 경로를 한 원자씩 따라가며 처음으로 달라지는 곳이 있는지 본다. ④ 치환기 이름이 같아도 그 안에 입체 중심이 있으면 다를 수 있다(드물다).
CIP 순위 규칙과 R/S 표기
거울상 이성질체 한 쌍에는 서로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 1956–1966년 칸, 인골드, 프렐로그가 정리한 CIP 규칙(Cahn–Ingold–Prelog rules)은 입체 중심의 네 치환기에 1–4의 우선순위(priority)를 매기고, 4순위를 보는 사람 반대쪽에 두었을 때 1→2→3의 방향이 시계 방향이면 R 배열(rectus, 오른쪽), 반시계 방향이면 S 배열(sinister, 왼쪽)이라 부른다. 같은 순위 규칙이 5절의 E/Z에도 그대로 쓰인다.
규칙 1. 입체 중심에 직접 붙은 원자의 원자 번호가 클수록 높다: I > Br > Cl > S > F > O > N > C > H. 원자 번호가 같은 동위원소는 질량수가 클수록 높다: D(²H) > H.
규칙 2. 첫 원자가 같으면 그 원자에 붙은 세 원자를 원자 번호 순으로 늘어놓은 집합을 비교한다. 큰 것부터 하나씩 비교해 첫 차이점(first point of difference)에서 높은 쪽이 이긴다. 원자 번호의 합이 아니다: –CH₂OH (O,H,H)는 –C(CH₃)₃ (C,C,C)보다 높다. 그래도 같으면 가장 높은 가지부터 한 구(sphere)씩 바깥으로 나아간다.
규칙 3. 이중·삼중 결합은 상대 원자를 그 결합 차수만큼 붙인 것으로 친다. 덧붙인 원자를 중복 원자(duplicate atom)라 하며, 중복 원자 자신은 더 이상 치환기가 없다(원자 번호 0의 유령 원자 셋을 단 것으로 본다). –CH=O는 (O,O,H), –C≡N은 (N,N,N), –CH=CH₂는 (C,C,H)이다.
| 순위(높음 → 낮음) | 첫 원자에 붙은 집합 | 이유 |
|---|---|---|
| –I > –Br > –Cl > –SH > –F | — | 첫 원자의 원자 번호(53, 35, 17, 16, 9) |
| –OCH₃ > –OH | O(C) vs O(H) | 첫 원자 O가 같으므로 다음 구에서 C > H |
| –N(CH₃)₂ > –NH₂ | N(C,C) vs N(H,H) | 같은 방식 |
| –COOCH₃ > –COOH > –COCH₃ > –CHO | (O,O,O) (O,O,O) (O,O,C) (O,O,H) | C=O의 O는 두 번 센다. 에스터와 산은 한 구 더 가서 O–C > O–H |
| –CH₂OH > –C≡N | (O,H,H) vs (N,N,N) | 첫 차이점: O > N. 개수나 합은 따지지 않는다 |
| –C₆H₅ > –C≡CH > –C(CH₃)₃ | 모두 (C,C,C) | 다음 구: 페닐 가지 (C,C,H)(C,C,H) > 에타인일 (C,C,H)(0,0,0) > tert-뷰틸 (H,H,H) |
| –CH=CH₂ > –CH(CH₃)₂ | (C,C,H) vs (C,C,H) | 다음 구: 바이닐 끝 C (C,H,H) > 메틸 (H,H,H) |
| –CH₂CH₃ > –CH₃ > –D > –H | (C,H,H) vs (H,H,H) | 마지막은 동위원소 규칙 |
순위를 매긴 다음의 절차는 늘 같다. 쐐기 구조식에서 4순위 기가 점선(뒤쪽)에 있으면 종이 위에서 1→2→3을 따라가 읽은 그대로가 답이다. 아래 단계 그림은 (R)-2-뷰탄올에서 이 과정을 보여 준다.
- ① 입체 중심을 찾는다. C2에는 H, OH, CH₃, CH₂CH₃가 붙어 있다.
- ② 순위를 매긴다. O(8) > C₂H₅ (C,H,H) > CH₃ (H,H,H) > H.
- ③ 4순위 H가 점선 쐐기로 종이 뒤를 향하는지 확인한다. 뒤를 향하면 보이는 그대로 읽는다.
- ④ 1 → 2 → 3이 시계 방향이므로 R. 이 분자는 (R)-2-뷰탄올이다.
규칙 2와 3은 말로 들으면 쉽지만 실제 분자에서 틀리기 쉽다. 아래 탐색기에서 입체 중심을 누르면 네 가지를 한 구씩 펼쳐 비교하고, 어느 구에서 순위가 갈리는지 보여 준다.
CIP 순위 탐색기: 구(sphere)별 비교
Org.cipRank(계층 다이그래프 비교)로, 배열은 SMILES의 입체 표기에서 Org.rs로 구했다. 표의 괄호는 그 원자에 붙은 원자 집합이다(이중 결합의 중복 원자는 (C)처럼 기울여 쓴다). 해볼 것: ① 첫 분자에서 깊이 2까지 보면 –CH₂OH (O,H,H)가 –C≡N (N,N,N)을 이긴다. 원자 셋의 무게를 더하지 않는다. ② 3,4-다이메틸-1-펜텐은 깊이 2에서 비기고 깊이 3에서 바이닐의 중복 원자 덕분에 갈린다. ③ 리모넨은 고리의 두 경로가 깊이 3에서야 갈린다(이중 결합 쪽이 높다).단백질을 이루는 L-아미노산은 대부분 (S) 배열이지만 L-시스테인만은 (R)이다. L-알라닌과 L-시스테인은 3차원 배치가 같다(같은 자리에 CH₃ 대신 CH₂SH). 왜 이름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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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분자의 입체 중심 배열을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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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순위(보통 H)가 쐐기로 앞을 향하면 종이 위에서 읽은 1→2→3의 방향을 반대로 바꾼다. 4순위가 종이 면 위에 있으면 4순위와 뒤를 향한 기를 머릿속으로 맞바꿔 읽고 답을 뒤집는다. 두 기를 한 번 바꿀 때마다 배열이 한 번 뒤집힌다는 것만 기억하면 어떤 그림이든 풀 수 있다.
이제 3D 모형에서 직접 판정해 보자. 분자를 끌어 돌려 4순위 기가 화면 안쪽을 향하게 놓고 1→2→3을 따라가면 된다. 3D에서 판정할 수 있으면 쐐기 그림은 그것을 종이에 옮긴 것일 뿐이다.
R/S 판정 게임: 3D 모형 돌려 읽기
Org.rs로 한다. 해볼 것: ① 처음 몇 문제는 힌트를 켜고, 4순위(④)를 화면 뒤로 돌린 뒤 ①→②→③의 방향을 읽는다. ② 힌트를 끄고 5 연속 정답에 도전한다. 치환기 이름에서 순위를 스스로 매겨야 한다. ③ 틀렸다면 그 자리에서 4순위를 앞쪽으로 돌려 보라. 같은 분자인데 읽는 방향이 반대로 보인다.부분입체 이성질체, 메소 화합물, 피셔 투영
입체 중심이 \(n\)개이면 각 중심이 R 또는 S이므로 입체 이성질체는 최대 \(2^n\)개다. 아미노산 트레오닌(2-아미노-3-하이드록시뷰탄산)은 입체 중심이 2개라 (2S,3R), (2R,3S), (2S,3S), (2R,3R)의 네 가지가 있다. 이 중 모든 중심이 뒤집힌 짝, 예를 들어 (2S,3R)과 (2R,3S)는 거울상 이성질체이고, 일부만 뒤집힌 짝, 예를 들어 (2S,3R)과 (2S,3S)는 서로 거울상이 아닌 입체 이성질체, 즉 부분입체 이성질체(diastereomer)다. 단백질에 쓰이는 L-트레오닌은 (2S,3R)이고 (2S,3S)는 L-allo-트레오닌이라는 다른 물질이다. 입체 중심이 여럿인 분자에서 한 중심만 다른 부분입체 이성질체는 에피머(epimer)라 부른다(D-글루코스와 D-만노스는 C2 에피머).
부분입체 이성질체는 원자 사이 거리가 서로 다르므로 녹는점·끓는점·용해도·NMR 스펙트럼이 모두 다르고, 보통의 증류·결정화·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된다. 거울상 이성질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며, 4절의 분할은 이 차이를 이용한다.
메소 화합물
\(2^n\)은 최댓값이다. 분자의 두 절반이 같은 구조이면 입체 이성질체가 줄어든다. 타르타르산(2,3-다이하이드록시뷰테인다이오산)에서 (2R,3S)와 (2S,3R)은 같은 분자다. 분자 안에 대칭면이 있어 그 거울상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체 중심이 있는데도 아키랄한 화합물을 메소 화합물(meso compound)이라 한다. 메소 화합물에서 두 입체 중심은 서로의 광회전을 정확히 상쇄한다.
- ① 타르타르산의 입체 중심 2개 → 후보 \(2^2=4\)개를 피셔 투영으로 그린다.
- ② (2R,3R)과 (2S,3S)는 서로의 거울상이다 — 거울상 이성질체 한 쌍.
- ③ (2R,3S)를 종이 위에서 180° 돌리면 (2S,3R)과 똑같다. 가운데 수평선이 분자 안의 대칭면이다 — 메소.
- ④ 입체 이성질체는 3개뿐이다: (+), (−), 메소. 메소는 두 키랄 형태와 부분입체 이성질체 관계다.
| 타르타르산 | [α]D (°) | 녹는점 (°C) | 밀도 (g/cm³) | 물 용해도 (g/100 mL, 20 °C) |
|---|---|---|---|---|
| (+)-(2R,3R) | +12 | 168–170 | 1.7598 | 139.0 |
| (−)-(2S,3S) | −12 | 168–170 | 1.7598 | 139.0 |
| 메소 (2R,3S) | 0 | 146–148 | 1.6660 | 125 |
| 라세미 (±) | 0 | 206 | 1.7880 | 20.6 |
표는 교과서 표준값이다. 거울상 이성질체 둘은 회전 부호만 다르고, 메소 형태는 모든 성질이 다르다. 라세미 혼합물(4절)은 (+)와 (−) 분자가 1:1로 함께 결정을 이루어(라세미 화합물) 녹는점과 용해도까지 순수한 거울상 이성질체와 다르다. 고체 성질은 결정 속 분자 배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분자들이 액체나 용액에서는 끓는점 같은 성질이 같다.
2,3-다이브로모뷰테인 CH₃CHBrCHBrCH₃의 입체 이성질체를 모두 R/S로 적고, 각 쌍의 관계(거울상·부분입체·동일)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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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 메타크릴레이트가 중합되면 반복 단위마다 사슬 탄소가 하나씩 입체 중심이 된다(두 사슬 가지가 길이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 같아서 각 중심은 거의 아키랄하지만, 이웃 중심끼리의 상대 배열은 부분입체 관계로 뚜렷이 구별된다). 이웃 단위의 배열이 모두 같은 것을 아이소택틱(isotactic), 번갈아 바뀌는 것을 신디오택틱, 무작위인 것을 어택틱이라 한다. 같은 PMMA라도 아이소택틱의 유리 전이 온도는 약 45–60 °C, 신디오택틱은 약 125–130 °C, 라디칼 중합으로 만든 보통의 어택틱(신디오 성분이 많다)은 약 105 °C다. 전자빔 리소그래피의 표준 양성 레지스트인 PMMA는 이 어택틱 고분자이며, 도포 후 굽기 온도(보통 170–180 °C)와 현상액(MIBK:IPA) 속 용해 속도가 사슬의 입체 규칙성과 분자량에 따라 달라진다. 단량체 하나의 입체화학이 막 전체의 열적 성질과 현상 거동을 바꾸는 예다. → LithoBook · 감광막의 화학
피셔 투영
입체 중심이 사슬을 따라 여럿 있는 당·아미노산에서는 피셔 투영(Fischer projection)을 쓴다. 탄소 사슬을 세로로 세우고, 각 입체 중심에서 가로선은 보는 사람 쪽으로 나오고 세로선은 종이 뒤로 들어간다고 약속한다. 쐐기로 그리면 나비넥타이 모양이다. 사슬은 맨 위에 가장 산화된 탄소(CHO, COOH)를 둔다.
① 종이 위에서 180° 돌려도 같은 분자다(가로는 여전히 앞, 세로는 뒤). ② 90° 돌리면 가로·세로의 앞뒤가 바뀌므로 거울상이 된다. ③ 아무 두 기를 맞바꾸면 거울상이 된다(두 번 바꾸면 원래대로). ④ 한 기를 고정하고 나머지 세 기를 차례로 돌리면 같은 분자다. ⑤ 4순위(H)가 가로선에 있으면 종이 위에서 읽은 1→2→3의 방향을 뒤집어 답한다(H가 앞을 향하므로).
아래 변환기에서 피셔 투영의 두 기를 끌어 맞바꾸거나 투영을 돌려 보라. 오른쪽에는 같은 분자를 지그재그 쐐기 구조식으로 그린다.
피셔 투영 ↔ 쐐기 구조식 변환기
Org.cipRank 순위로 계산했고, 오른쪽 구조식은 그 배열의 SMILES로 그렸다. 90° 회전은 입체 중심이 하나인 분자에서만 쓸 수 있다. 해볼 것: ① D-글리세르알데하이드에서 H와 OH를 바꾸면 L-형, 즉 거울상이 된다. 한 번 더 바꾸면 돌아온다. ② 180° 회전은 배열을 바꾸지 않지만 90° 회전은 뒤집는다. ③ 타르타르산에서 위쪽 탄소의 H와 OH만 바꾸면 메소가 된다. 이때 피셔 투영의 가운데에 수평 대칭면이 생긴다. ④ D-글루코스에서 C2의 두 기를 바꾸면 C2 에피머 D-만노스가 된다.(R) 입체 중심에서 아무 두 기를 1번 맞바꾸고, 그 피셔 투영을 종이 위에서 90°씩 2번 돌린 다음 다시 피셔 투영으로 읽으면 배열은 이다.
D-글리세르알데하이드의 피셔 투영은 위 CHO, 아래 CH₂OH, 왼쪽 H, 오른쪽 OH다. 배열은 R인가 S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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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활성, 라세미 혼합물과 분할
보통의 빛은 전기장이 모든 방향으로 진동한다. 편광판을 지나면 한 평면에서만 진동하는 평면 편광(plane-polarized light)이 된다. 1815년 비오는 설탕 용액·테레빈유 같은 유기 액체가 이 편광면을 돌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편광면을 돌리는 성질을 광학 활성(optical activity)이라 하고, 이를 재는 장치가 편광계(polarimeter)다. 빛이 오는 쪽을 바라볼 때 편광면이 시계 방향으로 돌면 우선성(dextrorotatory)으로 (+), 반시계 방향이면 좌선성(levorotatory)으로 (−)를 붙인다. 아키랄한 분자와 라세미 혼합물은 광학 비활성이다.
관측 회전각 \(\alpha\)는 빛이 지나는 키랄 분자의 수, 즉 시료관 길이와 농도에 비례한다. 물질 고유의 값으로 바꾼 것이 비광회전도(specific rotation)다.
| 화합물 | [α]D (°) | 화합물 | [α]D (°) |
|---|---|---|---|
| 수크로스 (물) | +66.5 | 콜레스테롤 (클로로폼) | −31.5 |
| 캠퍼 (에탄올) | +44.3 | 모르핀 | −132 |
| (S)-(+)-카르본 (캐러웨이) | +61 | (R)-(−)-카르본 (스피어민트) | −61 |
부호 (+)/(−)와 R/S 사이에는 간단한 관계가 없다. (S)-카르본은 (+)이지만 (S)-젖산의 소듐염은 (−)이고, 같은 분자라도 용매·온도·파장에 따라 부호가 바뀌기도 한다. 회전 부호는 측정해야 아는 값이고 R/S는 구조에서 정하는 이름이다. 거울상 이성질체 두 개는 정확히 같은 크기, 반대 부호의 비광회전도를 가진다.
편광계의 분석기를 돌려 보니 +40°에서 가장 밝았다. 이 시료의 회전각이 정말 +40°인지, 아니면 −140°인지 어떻게 가릴까?
편광계: 분석기를 돌려 미지 시료 맞히기
수크로스 1.50 g을 물에 녹여 10.0 mL로 만들고 길이 20.0 cm 시료관에 넣었다. 관측 회전각은? ([α]D =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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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편광은 오른쪽으로 도는 원편광과 왼쪽으로 도는 원편광을 같은 세기로 합친 것이다. 키랄한 매질에서는 두 원편광의 굴절률 \(n_L\), \(n_R\)이 조금 달라 한쪽이 앞서 나가고, 합친 편광면이 \(\alpha=\pi l(n_L-n_R)/\lambda\) 라디안만큼 돈다. 예제의 수크로스 용액(α = 19.95°, l = 0.20 m)이라면 \(n_L-n_R\approx3.3\times10^{-7}\)에 불과하다. 두 원편광의 흡수가 다른 것은 원편광 이색성(CD)이라 하며, 단백질 2차 구조와 키랄 발광체의 분석에 쓰인다(현대물리 · 빛과 물질).
라세미 혼합물과 거울상 초과율
두 거울상 이성질체가 1:1로 섞인 것을 라세미 혼합물(racemic mixture, racemate)이라 하고 (±) 또는 rac-를 붙인다. 아키랄한 출발 물질과 아키랄한 시약으로 입체 중심을 만들면 언제나 라세미 혼합물이 나온다. 평면 탄소 양이온의 양쪽 면이 똑같이 공격받기 때문이다(6장 SN1). 한쪽이 더 많을 때 그 정도를 거울상 초과율(enantiomeric excess, ee)로 나타낸다.
(S)-(+)-카르본이 85, (R)-(−)-카르본이 나머지인 혼합물의 거울상 초과율은 이고, 이 혼합물의 비광회전도는 이다. 농도 0.200 g/mL, 1.00 dm 시료관이면 관측 회전각은 이다.
예를 들어 합성한 카르본의 비광회전도가 +42.7이면 ee = 42.7/61 = 70.0%이고, (S):(R) = 85:15다. 라세미 부분(15% + 15%)은 회전에 기여하지 않고 남은 70%만 (S)로서 돈다고 보면 같은 답이 나온다. 다만 광학 순도로 구한 ee는 미량의 광학 활성 불순물에도 흔들리므로, 의약품이나 키랄 도펀트의 규격은 아래의 키랄 크로마토그래피 면적비로 정한다.
라세미 혼합물의 분할
거울상 이성질체는 물성이 같아서 증류나 결정화로 나눌 수 없다. 라세미 혼합물을 두 거울상 이성질체로 나누는 일을 분할(resolution)이라 하며, 핵심은 키랄한 무언가와 짝을 지어 부분입체 이성질체로 바꾸는 것이다. 1848년 파스퇴르는 타르타르산 소듐 암모늄의 라세미 결정이 서로 거울상인 두 모양으로 자라는 것을 보고 핀셋으로 골라 나누었다. 이런 자발 분할은 드물고, 지금은 다음 방법을 쓴다.
- ① 라세미 1-페닐에틸아민: (R)과 (S)가 1:1. 물성이 같아 결정화로 나눌 수 없다.
- ② (R,R)-(+)-타르타르산을 넣으면 산–염기 반응으로 두 염이 생긴다. (S)-아민·(R,R)-염과 (R)-아민·(R,R)-염은 부분입체 이성질체다.
- ③ 메탄올에서 덜 녹는 (S)-아민·(R,R)-타르타르산 수소염이 먼저 결정으로 나온다. 거르면 결정과 모액이 나뉜다.
- ④ 결정을 NaOH 수용액으로 처리하면 (S)-아민이 풀려나고, 타르타르산은 소듐염으로 물에 남아 되찾는다.
키랄 크로마토그래피는 정지상 자체를 키랄하게 만든다. 셀룰로스·아밀로스의 카바메이트 유도체를 실리카에 입힌 칼럼이 가장 널리 쓰인다. 두 거울상 이성질체가 키랄 정지상과 만드는 일시적 착물은 부분입체 관계라 안정도가 다르고, 그만큼 머무름 시간이 달라진다. 두 봉우리의 머무름 인자 비 \(\alpha=k_2/k_1\)(선택도)가 1.05만 되어도 분리할 수 있고, 봉우리 면적비가 곧 ee다. 효소는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만 빠르게 반응시키는데, 이를 속도론적 분할(kinetic resolution)이라 한다.
OLED 패널은 금속 음극이 거울처럼 바깥빛을 되비추므로, 그대로 두면 밝은 곳에서 검은색이 회색으로 뜬다. 그래서 화면 맨 위에 선편광판과 1/4 파장판을 겹친 원편광판을 붙인다. 들어온 빛은 원편광이 되었다가 음극에서 반사되며 회전 방향이 뒤집혀 다시 나가지 못한다. 대가는 발광의 절반 이상이다. 소자에서 나온 무편광 빛 가운데 편광판을 통과하는 몫은 40–45%뿐이다. 발광 분자 자체를 키랄하게 만들어 처음부터 한쪽 원편광으로 빛나게 하면(원편광 발광, CPL) 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원편광의 치우침은 \(g_\text{lum}=2(I_L-I_R)/(I_L+I_R)\)로 재는데, 보통의 키랄 저분자 발광체는 \(10^{-3}\)–\(10^{-2}\)에 머물러 아직 편광판을 대신하지 못한다. 키랄 나선 고분자·헬리센·키랄 액정 층으로 \(g\)를 키우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발광체의 거울상 순도가 곧 \(g\) 값을 좌우하므로(라세미이면 0), 합성 뒤 키랄 HPLC로 ee를 확인한다. → DisplayBook · OLED 소자 물리
고리 화합물과 알켄의 입체 이성: 시스·트랜스와 E/Z
고리와 이중 결합은 회전을 막아 치환기의 상대 위치를 고정한다. 3장에서 본 1,2-다이메틸사이클로헥세인의 시스(같은 면)·트랜스(반대 면) 이성질체는 의자 형태를 뒤집어도 서로 바뀌지 않는 부분입체 이성질체다. 시스·트랜스를 R/S와 함께 보면 고리의 입체화학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1,2- 이치환체는 C1과 C2가 모두 입체 중심이다. 시스-1,2-다이메틸사이클로헥세인은 (1R,2S)로 분자를 가르는 대칭면이 있어 메소이고, 트랜스는 (1R,2R)과 (1S,2S)의 거울상 이성질체 한 쌍이다. 1,3- 이치환체도 같다. 1,4- 이치환체는 C1·C4의 고리 양쪽 경로가 같으므로 입체 중심이 아니며, 시스와 트랜스 모두 고리를 지나는 대칭면을 가진 아키랄 분자다.
의자 형태에서 보면 메소가 왜 아키랄한지 더 분명하다. 시스-1,2-다이메틸사이클로헥세인의 의자 형태는 한 CH₃가 축, 다른 CH₃가 적도에 있어 그 자체로는 키랄하지만, 고리를 뒤집으면 정확히 그 거울상 형태가 된다. 두 형태가 빠르게 섞이므로 분리할 수 없고 광학 비활성이다. 평면 육각형으로 그린 그림의 대칭면은 이 평균을 나타낸다.
알켄의 E/Z 명명
이중 결합의 양 끝 탄소에 각각 서로 다른 두 치환기가 있으면 두 가지 기하 이성질체가 생긴다. 2-뷰텐처럼 각 탄소에 H가 하나씩 있으면 두 CH₃가 같은 쪽인 시스, 반대쪽인 트랜스라 부르면 되지만, 치환기가 셋이나 넷이면 무엇을 기준으로 ‘같은 쪽’인지 모호하다. 그래서 각 탄소에서 CIP 순위가 높은 치환기를 하나씩 고르고, 두 높은 기가 같은 쪽이면 Z(zusammen, 함께), 반대쪽이면 E(entgegen, 반대)라 한다. 이것이 E/Z 표기(E/Z notation)다.
마지막 분자에서 왼쪽 탄소는 Br > Cl, 오른쪽 탄소는 CH₃ > H이다. Br과 CH₃가 같은 쪽에 있으므로 Z다. 이 분자에는 같은 종류의 치환기가 없으므로 시스·트랜스로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시스·트랜스와 E/Z가 서로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아래에서 직접 만들어 보라. 이중 결합이 8원 고리보다 작은 고리 안에 있으면 트랜스(E) 배치는 너무 큰 변형 때문에 존재할 수 없으므로 E/Z를 붙이지 않는다. 트랜스-사이클로옥텐이 상온에서 분리되는 가장 작은 트랜스 사이클로알켄이다.
(Z)-3-메틸-2-펜텐 CH₃CH=C(CH₃)CH₂CH₃에서 두 CH₃(C1과 C3의 메틸)는 같은 쪽에 있을까?
E/Z 조립대: 치환기를 끌어 이중 결합에 붙이기
Org.draw로 그렸고, E/Z는 그 좌표에서 Org.ez로 판정했다(높은 순위 기를 굵은 고리로 표시). 해볼 것: ① 과제를 차례로 풀어 보라. ② 한쪽 탄소에 같은 치환기 둘(예: CH₃, CH₃)을 놓으면 E/Z가 사라진다. ③ –CH=CH₂와 –CH(CH₃)₂, –CHO와 –CH₂OH를 한 탄소에 함께 놓고 어느 쪽이 높은지 예측한 뒤 확인하라(2절 표).레몬 향 성분 시트랄은 두 기하 이성질체의 혼합물이다. 아래 게라니알에서 C2=C3 이중 결합은 E인가 Z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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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T-LCD에 쓰는 네마틱 액정 분자는 길쭉한 막대여야 한다. 그래서 방향족 고리 대신, 또는 함께 트랜스-1,4-이치환 사이클로헥세인 고리를 쓴다. 트랜스 이성질체는 두 치환기가 모두 적도 자리에 놓여 분자가 곧게 뻗지만, 시스 이성질체는 한 치환기가 축 자리로 꺾여 막대 모양이 깨진다. 대표 물질 PCH5(4-(트랜스-4-펜틸사이클로헥실)벤조나이트릴)는 약 30 °C에서 녹아 약 55 °C까지 네마틱 상을 보인다. 시스 이성질체가 섞이면 네마틱–등방 전이 온도(청징점)가 떨어지고 점도가 오르므로 액정 원료는 트랜스 순도를 GC로 99.9% 이상 관리한다. 1,4- 이치환 고리라서 키랄성은 없지만, 이 시스·트랜스 순도가 패널의 동작 온도 범위와 응답 속도를 정한다. → DisplayBook · LCD
질소·인·황의 입체 중심과 키랄 액정
입체 중심이 탄소일 필요는 없다. 네 기가 정사면체로 붙은 원자라면 무엇이든 된다. 비공유 전자쌍도 ‘네 번째 치환기’가 될 수 있으며 CIP 순위는 가장 낮다(원자 번호 0). 세 가지 서로 다른 기를 가진 아민 R₁R₂R₃N:, 포스핀 R₁R₂R₃P:, 설폭사이드 R₁R₂S=O는 모두 원리상 키랄하다. 문제는 그 배열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다.
아민의 질소는 비공유 전자쌍이 평면 sp² 전이 상태를 지나 반대쪽으로 뒤집히는 질소 반전(nitrogen inversion)을 한다. 우산이 바람에 뒤집히는 것과 같다. 장벽이 약 25 kJ/mol밖에 안 되어 상온에서 1초에 수억 번 뒤집히므로, 세 기가 모두 다른 아민도 거울상 이성질체로 분리할 수 없다. 반면 질소에 네 기가 붙은 4차 암모늄 이온은 비공유 전자쌍이 없어 반전하지 않으므로 분할할 수 있다. 3원 고리 아지리딘은 평면 전이 상태의 결합각(120°)이 고리 변형을 크게 늘려 장벽이 약 80 kJ/mol로 올라간다. 2주기 질소와 달리 3주기 인과 황은 결합이 길고 비공유 전자쌍의 s 성질이 커서 평면 전이 상태가 훨씬 불리하다. 포스핀의 반전 장벽은 120–150 kJ/mol, 설폭사이드는 150–180 kJ/mol로, 상온에서 수백 년 이상 배열이 유지된다.
키랄 인 화합물은 비대칭 수소화 촉매의 리간드로 유명하다(DIPAMP, 2001년 노벨 화학상). 위장약 에소메프라졸은 황 입체 중심을 가진 설폭사이드의 (S) 거울상 이성질체만 담은 약이다. 반전 속도는 아이링 식 \(k=(k_BT/h)\,e^{-\Delta G^\ddagger/RT}\)으로 어림한다(열·통계물리 · 반응 속도론). 반전 한 번마다 R과 S가 맞바뀌므로 ee는 \(e^{-2kt}\)로 줄고, ee가 반이 되는 시간은 \(t_{1/2}=\ln2/(2k)\)다.
반전 장벽 \(\Delta G^\ddagger =\) 100, 온도 25이면 반전 속도 상수는 \(k=\) , ee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은 이다.
네마틱 액정에 키랄 도펀트를 넣으면 액정 분자가 나선으로 꼬인다. 같은 도펀트의 라세미 혼합물을 같은 양 넣으면 나선 피치는 어떻게 될까?
키랄성이 분자 하나를 넘어 물질 전체의 구조로 커지는 대표적인 예가 키랄 네마틱(chiral nematic, cholesteric) 액정이다. 네마틱 액정의 막대 분자들은 평균 방향(방향자)을 맞춰 늘어서는데, 키랄 분자가 섞이면 이웃 층과 조금씩 어긋나게 쌓이는 쪽이 에너지가 낮아져 방향자가 두께 방향으로 나선을 그린다. 한 바퀴(360°) 도는 거리가 나선 피치(helical pitch) \(p\)이고, 도펀트가 액정을 꼬는 능력을 나선 비틀림 힘(helical twisting power, HTP)이라 한다.
키랄 도펀트와 나선 피치
평균 굴절률 1.60인 네마틱 호스트에 HTP 10.0 µm⁻¹, ee 98.0%인 키랄 도펀트를 섞어 550 nm(녹색)를 반사하게 하려면 도펀트를 몇 wt% 넣어야 하는가? 선형 관계가 성립한다고 가정한다. HTP 50 µm⁻¹인 바이나프틸계 도펀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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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셀은 위아래 배향막의 문지름 방향을 90° 엇갈려 액정을 90° 비틀어 놓는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90° 꼬는 것과 왼쪽으로 90° 꼬는 것은 에너지가 같아서, 그대로 두면 두 방향이 섞인 ‘역비틀림’ 도메인이 생겨 얼룩이 된다. 액정 혼합물에 키랄 도펀트(예: HTP 약 10 µm⁻¹, 0.1–0.5 wt%)를 넣어 한 방향을 미리 정해 주는 이유다. 비틀림각이 240°인 STN 셀은 \(d/p\approx0.5\)–0.6이 되도록 도펀트를 더 넣는다. 유효 비틀림 힘은 HTP × ee이므로 도펀트의 ee가 흔들리면 같은 양을 넣어도 \(d/p\)가 바뀌어 문턱 전압과 응답 특성이 달라진다. 그래서 액정 제조사는 도펀트 출하 검사에서 키랄 HPLC로 ee(보통 99% 이상)를, 편광계로 비광회전도를 함께 확인한다. 셀 간격 \(d\)가 3–5 µm로 얇아질수록 같은 \(d/p\)에 필요한 도펀트 농도가 커진다. → DisplayBook · LCD · DisplayBook · 패널 공정
키랄성은 입체 중심 없이도 생긴다. 1,3-다이메틸알렌 CH₃CH=C=CHCH₃는 양 끝 CH 평면이 서로 수직이라 두 끝의 치환기가 비틀린 배치를 이루어 키랄하다(축 키랄성(axial chirality)). 비페닐의 오르토 자리에 큰 기가 있으면 고리 사이 회전이 막혀 BINAP·BINOL 같은 회전 장애 이성질체(atropisomer)가 생기며, 위의 고 HTP 도펀트 대부분이 이 골격이다. 헬리센처럼 분자 전체가 나선인 경우도 있다.
핵심 정리
- 거울상과 포개지지 않는 분자는 키랄하다. 대칭면이나 반전 중심이 있으면 아키랄하다. 서로 다른 네 기가 붙은 sp³ 원자(입체 중심)가 키랄성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입체 중심에서 두 기를 바꾸면 거울상이 된다.
- CIP 규칙: 첫 원자의 원자 번호(동위원소는 질량수) → 같으면 붙은 원자 집합의 첫 차이점 → 다중 결합은 중복 원자로 센다. 4순위를 뒤로 두고 1→2→3이 시계 방향이면 R, 반시계면 S. 같은 규칙으로 이중 결합의 높은 기가 같은 쪽이면 Z, 반대면 E.
- 입체 중심 \(n\)개 → 입체 이성질체 최대 \(2^n\)개. 모든 중심이 뒤집힌 짝은 거울상 이성질체, 일부만 뒤집힌 짝은 부분입체 이성질체(물성이 다르다)다. 분자 안 대칭면 때문에 거울상이 자기 자신인 것이 메소 화합물이다(타르타르산의 (2R,3S), 시스-1,2-다이메틸사이클로헥세인).
- 피셔 투영은 가로가 앞, 세로가 뒤다. 180° 회전은 그대로, 90° 회전과 두 기 교환은 거울상이 된다. H가 가로에 있으면 읽은 방향을 뒤집는다. D/L은 가장 아래 입체 중심의 OH 방향으로 정한다.
- 비광회전도 \([\alpha]=\alpha/(l\,c)\)(l은 dm, c는 g/mL). (+)/(−)와 R/S는 관계가 없다. ee = \(|n_R-n_S|/(n_R+n_S)\) = \([\alpha]_\text{관측}/[\alpha]_\text{순수}\). 라세미 혼합물은 키랄 산·염기와 부분입체 이성질체 염을 만들거나 키랄 정지상 크로마토그래피로 분할한다.
- 아민은 질소 반전(장벽 약 25 kJ/mol)이 빨라 분할되지 않지만, 4차 암모늄·포스핀(120–150 kJ/mol)·설폭사이드(150–180 kJ/mol)는 입체 중심이 유지된다. 키랄 도펀트는 네마틱 액정을 피치 \(p=1/(\mathrm{HTP}\cdot c\cdot\mathrm{ee})\)의 나선으로 꼬고, 그 순도는 키랄 HPLC로 관리한다.
연습문제
숫자 답은 유효숫자 3자리로 넣는다. R/S·E/Z는 글자 하나(R, S, E, Z)로 넣는다. 원자량과 상수가 필요하면 문제에 주어진 값을 쓴다.
어떤 키랄 화합물 2.50 g을 에탄올에 녹여 10.0 mL로 만들고 1.00 dm 시료관에서 쟀더니 회전각이 +4.85°였다. 비광회전도는?
\(c=2.50/10.0=0.250\) g/mL. \([\alpha]=\alpha/(lc)=4.85/(1.00\times0.250)=+19.4\).
다음 중 키랄한 분자는?
2-뷰탄올의 C2만 H, OH, CH₃, C₂H₅의 서로 다른 네 기를 가진다. 2-프로판올(CH₃ 둘), 3-펜탄올(C₂H₅ 둘), 글리세롤(CH₂OH 둘)의 가운데 탄소는 같은 기를 둘 가져 대칭면이 있다.
콜레스테롤에는 입체 중심이 8개 있다. 이론상 입체 이성질체는 최대 몇 개인가? (자연에는 그중 하나만 있다)
\(2^8=256\). 분자가 비대칭이라 메소 형태가 없으므로 실제로도 256개(거울상 이성질체 128쌍)가 가능하다. 생체는 효소의 입체 선택성 덕분에 그중 하나만 만든다.
다음 2-브로모뷰테인의 배열은 R인가 S인가?
Br > C₂H₅ > CH₃ > H. 그림의 쐐기 방향에서 H가 뒤를 향한다고 보고 1→2→3을 읽으면 시계 방향, (R)-2-브로모뷰테인이다.
키랄 도펀트 시료를 키랄 HPLC로 분석했더니 두 거울상 이성질체 봉우리의 면적이 98.5%와 1.5%였다. ee는?
ee = (98.5 − 1.5)/(98.5 + 1.5) × 100% = 97.0%.
다음 치환기 중 CIP 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모두 C로 시작하므로 붙은 집합을 비교한다. –CH₂OH (O,H,H), –C≡N (N,N,N), –C(CH₃)₃ (C,C,C), –CH=CH₂ (C,C,H). 첫 원소가 O인 –CH₂OH가 가장 높다. 나머지 순서는 –C≡N > –C(CH₃)₃ > –CH=CH₂.
카르본 시료의 비광회전도가 −40.3이다. 순수한 (R)-(−)-카르본은 −61이다. 시료에서 (R) 이성질체는 몇 %인가?
ee = 40.3/61 = 0.661 → (R) = (1 + 0.661)/2 = 0.830 = 83.0%.
젖산의 피셔 투영이 아래와 같다(위 COOH, 아래 CH₃, 왼쪽 OH, 오른쪽 H). 배열은?
순위 OH > COOH > CH₃ > H. OH(왼쪽) → COOH(위) → CH₃(아래)는 왼쪽에서 위, 위에서 오른쪽을 돌아 아래이므로 시계 방향이다. H가 앞이므로 뒤집어 S. 이것이 근육에서 생기는 (S)-(+)-젖산(L-젖산)이다.
다음 알켄(2-클로로-3-메틸-2-펜텐)은 E인가 Z인가?
C2의 높은 기는 Cl, C3의 높은 기는 에틸이다. 그림에서 Cl과 에틸이 이중 결합의 같은 쪽에 있으므로 Z다. 두 CH₃는 반대쪽에 있지만 그것은 이름과 관계없다.
(S)-(+)-카르본 75%와 (R)-(−)-카르본 25%의 혼합물을 0.200 g/mL로 1.00 dm 시료관에 넣었다. 관측 회전각은? (순수 (S)의 [α] = +61)
ee = 75 − 25 = 50% → [α] = +61 × 0.50 = +30.5. α = 30.5 × 1.00 × 0.200 = +6.10°.
시스-1,3-다이메틸사이클로헥세인을 옳게 설명한 것은?
C1과 C3는 고리의 두 경로(C2 쪽, C4–C5–C6 쪽)가 달라 입체 중심이다. 시스 배치는 (1R,3S)로 C2와 C5를 지나는 대칭면이 있어 메소다. 트랜스-1,3-이성질체는 (1R,3R)/(1S,3S)의 거울상 쌍이다.
2,3,4-트라이하이드록시펜테인다이오산 HOOC–CH(OH)–CH(OH)–CH(OH)–COOH의 입체 이성질체는 모두 몇 개인가? 가운데 C3에 주의하라.
C2·C4가 (R,R) 또는 (S,S)이면 C3의 양쪽 가지가 같아 C3은 입체 중심이 아니다. 이 둘은 거울상 이성질체 한 쌍(2개)이다. C2·C4가 (R,S)이면 C3의 두 가지는 거울상 관계라 C3은 ‘유사 비대칭’ 중심이 되고(소문자 r/s), C3의 두 배치는 서로 다른 두 메소 화합물이다(2개). 모두 4개: 키랄 한 쌍 + 메소 둘. 2³ = 8보다 훨씬 적다.
평균 굴절률 1.60인 네마틱 액정에 HTP 12.0 µm⁻¹, ee 96.0%인 도펀트를 넣어 반사 파장을 550 nm로 맞추려 한다. 선형 관계 \(p=1/(\mathrm{HTP}\cdot c\cdot\mathrm{ee})\)가 성립한다고 할 때 필요한 도펀트 농도(wt%)는?
\(p=550/1.60=344\) nm = 0.344 µm. \(c=1/(12.0\times0.960\times0.344)=0.252\) → 25.2 wt%.
어떤 키랄 포스핀의 반전 장벽이 \(\Delta G^\ddagger=130\) kJ/mol이다. 25 °C에서 ee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t_{1/2}=\ln2/(2k)\)는 몇 년인가? 아이링 식 \(k=(k_BT/h)e^{-\Delta G^\ddagger/RT}\)을 쓰라. (\(k_BT/h=6.21\times10^{12}\) s⁻¹, R = 8.314 J/(mol·K), 1년 = 3.156×10⁷ s)
\(\Delta G^\ddagger/RT=130000/(8.314\times298.15)=52.44\), \(e^{-52.44}=1.67\times10^{-23}\). \(k=6.21\times10^{12}\times1.67\times10^{-23}=1.04\times10^{-10}\) s⁻¹. \(t_{1/2}=0.693/(2\times1.04\times10^{-10})=3.33\times10^{9}\) s \(=3.33\times10^9/3.156\times10^7\approx106\)년. 장벽이 10 kJ/mol만 낮아도(120 kJ/mol) 약 1.9년으로 50배 넘게 짧아진다.
미지 시료를 편광계에 넣었더니 분석기 +40°에서 가장 밝았다. 같은 시료를 정확히 반으로 묽혔더니 −70°(= +110°)에서 가장 밝았다. 묽히기 전 시료의 실제 회전각은?
후보 +40°이면 묽힌 뒤 +20°, 후보 −140°이면 −70°가 되어야 한다. 측정값 −70°와 맞는 것은 −140°다. 다른 후보(+220° → +110° ≡ −70°)도 맞지만, 회전각이 작은 쪽부터 확인하고 세 번째 농도로 가린다. 보통은 −140°로 답한다.
개념 확인 퀴즈
(R)-2-뷰탄올과 (S)-2-뷰탄올에서 다른 성질은?
(S) 배열인 화합물의 광회전 부호는?
메소 화합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피셔 투영에서 배열을 뒤집는 조작은?
N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알킬기가 붙은 3차 아민이 거울상 이성질체로 분리되지 않는 이유는?